치앙마이에서 코끼리 보호에 앞장서는 생츄어리 Elephant Nature Park
🚫잔혹한 태국 코끼리 관광산업
태국에서 코끼리 투어를 시작한 것은 오래된 얘기다.
필자도 2003년 방콕을 방문했을 때 동물원에서 하는 코끼리 쇼를 본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코끼리가 묘기를 부리고 사람을 만져주고... 지금은 돈을 받고라도 보지 않을 서커스였다.
태국 코끼리는 아시아코끼리의 일종인데, 현재 아시아코끼리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시아코끼리의 총 개체 수는 3세대에 걸쳐 50% 이하로 감소했으며, 태국 내 코끼리 개체 수도 6,500마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중 사람에게 길들여진 코끼리는 3,500마리. 대부분의 경우 구타와 학대의 위험에 놓여있다.
태국 코끼리는 과거에 벌목벌채와 같은 강도 높은 노동에 사용되었는데, 1986년 태국 내 벌목이 금지되면서 서커스와 코끼리 라이딩 등 관광사업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관광산업에 이용하기 위해 코끼리를 길들이는 방법 (Phajaan)
2톤의 무게의 야생코끼리가 사람의 명령에 순응하게 만들기 위해서 코끼리 눈 앞에서 부모자식을 다 죽이고 체인에 묶어 갈고리와 채찍으로 잔혹하게 학대하는 것이다.
코끼리 라이딩의 경우, 코끼리 신체구조상 척추뼈가 엄청난 무게를 견디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라이딩으로 등뼈가 아예 무너지는 영구적인 손상도 흔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윤리적인 문제는 고등동물인 코끼리가 기억력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와 불안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까지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한층 더 심각하게 느껴진다.
🤔코끼리 보호소의 윤리성 문제?
코끼리 라이딩을 포함한 관광산업의 잔혹성이 부각되면서 그에 반하는 코끼리 생츄어리(보호소)가 태국에 많이 들어섰다.
코끼리 생츄어리는 노동이나 관광 목적으로 착취되었던 코끼리를 돈을 주고 데려와 보호하고 있는 캠프인데, 사람에게 이용되었던 코끼리는 이미 야생성을 잃어 홀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보호하고 있다.
대부분의 보호소들은 윤리적 관광산업(eco-tourism)을 같이 진행하고 있는데, 관광객들이 보호소에 방문하여 코끼리를 실제로 볼 수 있고 여기서 얻은 수익으로 다시 코끼리를 보호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코끼리 보호소가 코끼리를 윤리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몇몇 코끼리 보호소는 여전히 관광 프로그램의 일부로 방문객들이 코끼리를 지속적으로 만지거나 목욕시키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에도 캄보디아에서 한 코끼리 보호소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에 코끼리에게 간식을 직접 먹여주고 함께 물놀이를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그때는 큰 문제의식 없이 프로그램을 즐겼으나, 코끼리 입장에서는 매일 오전, 오후 프로그램으로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만지고 목욕해준다고 생각하니... 사실은 동물원과 다름없는 것이 아닌가.
사실 코끼리 보호소의 윤리성 문제는 주관적인 판단의 영역이라 실제 치앙마이에서 만났던 친구들 중에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고 목욕하는 정도는 윤리적이라고 보는 친구들도 있었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으로 나와 같은 동물이라고 생각했을 때 끝없는 관광객의 손길에 닿는다고 상상하니 윤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고, 치앙마이 코끼리 보호소 중 코끼리가 최대한 자유롭고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기 시작했다.
가장 윤리적이라고 추천받았던 코끼리 보호소는 Elephant Nature Park와 BEES.
두 보호소 모두 노터치(No-touch) 정책을 가지고 있어, 관광객의 먹이주기와 목욕을 금지하고 있는 보호소이다.
나는 그 중 더 많은 수의 코끼리를 보호하고 있고 후기도 더 많은 Elephant Nature Park(엘리펀트 네이처 파크)를 방문했는데,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Elephant Nature Park 투어 종류와 가격
Elephant Nature Park는 다양한 시간대의 코끼리 방문 및 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오전, 오후 반나절 프로그램이 있는데,
가격은 성인 기준 2,500바트(한화 92,000원)이며 입장료와 간식, 픽업차량 등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반나절 프로그램은 모두 보호소에서 보내는 시간은 3시간 정도이며, 중간에 보호소 내에서 간식과 커피 타임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모든 투어는 영어로 진행된다.
나는 오후 반나절 프로그램(Half Day Afternoon visit to ENP)을 선택했는데,
코끼리들이 무리지어 강을 건너오고 스스로 뜨거운 햇빛 아래 목욕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ENP Half Day Afternoon 스케줄
12:30 pm - 1:00 pm 치앙마이 시티 내 차량 픽업
2:30 pm Elephant Nature Park 도착, 가이드 동반 코끼리 관찰
4:00 pm 간식 시간
4:20 pm 오후 프로그램 하이라이트- 코끼리 무리가 강을 걸어오는 모습 관찰
5:00 pm 치앙마이 숙소로 돌아갈 시간
자세한 반나절 프로그램 내용과 예약은 아래 링크 확인.
Elephant Nature Park 오전 반나절 프로그램 예약하기👇
Elephant Nature Park 오후 반나절 프로그램 예약하기👇
이 외에도 동일한 가격에 하루 종일 코끼리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싱글데이 프로그램, 스카이워크에서 코끼리 무리를 관찰할 수 있는 스카이워크 프로그램, 코끼리 음식을 만들고 공간을 돌보는 봉사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Elephant Nature Park 프로그램 전체 알아보기👇
☀️Half Day Afternoon Tour 후기
따뜻한 12월 어느 금요일, 약속한대로 오후 1시에 픽업 차량이 숙소 앞을 도착했다.
투어 인원은 10명 내외로, 작은 봉고차를 꽉 채울 정도였다.
대부분은 독일인이었으며, 내가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약 한 시간을 달려서 Elephant Nature Park 도착.
Elephant Nature Park는 굉장히 넓은 부지에 코끼리를 자유롭게 풀어놓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광활한 부지에는 강이 가로지르고 있으며, 이 강을 두고 성별에 따라 코끼리 구역을 나누어 관리하고 있었다.
현재 100마리가 넘는 코끼리를 보호하고 있으며, 들소와 개, 고양이 등 다른 동물들도 구조한 후 함께 돌보고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보호소 내 카페에서 오트밀크라떼를 한 잔 마시며 코끼리들을 관찰.
코끼리들도 사람처럼 사회적 동물이라서 여자 코끼리들은 대부분 무리 지어서 생활하고 있었다.
몇몇 장난꾸러기 아기 코끼리들은 관광객들이 있는 보호소로 와서 문을 열려고 하는 돌발행동도 보였다.
이제 코끼리를 더 가까이서 만날 시간.
코끼리를 절대 만지지 말고 특히 아기코끼리의 돌발 행동에 유의하라는 가이드의 지침 후 우리는 코끼리 캠프 아래로 내려갔다.
우리가 만난 코끼리는 대부분 여자 코끼리와 아기 코끼리들이었다.
각 코끼리마다 성격이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다.
어떤 코끼리는 달콤한 바나나를 좋아하지만, 다른 코끼리는 단맛보다는 신맛을 선호한다.
한 코끼리는 장난끼가 많고 덤벙대서 울타리에 머리를 스스로 박아서 상처가 난 경우도 있었다.
코끼리는 인간과 비슷한 점이 정말 많았다.
코끼리의 수명은 사람처럼 100년 가까이 된다고 한다.
여자 코끼리의 경우, 13살부터 35살 사이에 임신을 할 수 있다. 다만, 임신 기간은 2년이라고 한다. (헉)
엄마 코끼리들도 모성애를 느끼며, 직접 낳지 않은 아기코끼리도 돌봐주면서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참 거대하지만 따뜻한 동물이라고 느껴졌다.
각 코끼리마다 가지고 있는 사연도 다 달랐다.
어떤 코끼리는 지뢰를 밟아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되었고,
다른 코끼리는 서커스에 이용되면서 갈고리로 지속적인 학대를 당해서 귀가 찢어진 경우도 있었다.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코끼리들이 서로를 의지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드디어 오후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
코끼리들이 무리를 지어 강을 건너오는 광경은 가히 장관이었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강을 저벅저벅 걸어오는 코끼리들, 이전의 구속과 고통은 잊고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이 눈부셨다.
역시 동물은 자연 속에 자유롭게 살아야 해. 그래야지 행복해.
시티로 돌아오는 길에 독일인 커플과 내내 코끼리 보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우리 모두 코끼리가 자유롭게 거니는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한 것이 치앙마이 여행에서의 하이라이트였다는 데 동의했다.
인간으로부터 학대당하고 이용된 코끼리들을 또 다른 인간으로서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 야생성을 잃은 코끼리들은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건지 뜻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 독일인 커플은 둘다 05년생으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아시아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또래 한국인보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훨씬 높아서 19살 때의 내가 어땠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유일한 동양인 솔로 여행자에게 계속 말을 건네준 Siiri와 남자친구, 덕분에 즐거웠어.
이 글을 마치며,
태국 코끼리 라이딩 ❌
태국 코끼리 서커스 ❌
태국 코끼리 트래킹 ❌
코끼리를 학대하는 관광산업에 돈을 쓰지 말아주세요.
코끼리 보호에 앞장서는 보호소를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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